우량주 가치투자는 정말 최선의 방법일까?
우량주만 골라서 기업분석을 하고 재무상태를 본 다음 적정주가를 측정해서 투자하는... 흔히들 말하는 가치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얼마나 될까? 과연 이 가치투자가 급등주 공략 매매, 테마주 매매, 뉴스 매매의 반대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게 올바를까?
또는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를 같은... 아니 비슷한 관점에서 봐도 괜찮을까? 개인적으로 주식투자에 있어서만큼은 가치투자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편이다. 회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차라리 가치투자보다는 차트 매매가 좀 더 현실적이고 직관적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목을 고를 때는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초보 투자자의 인식
주식투자에 대해 늘 공부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를 제외하고 나와 같은 개미투자자들 중에 가치투자에 대해 조금 비뚤어진 개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주식을 사놓고 10-20년 묻어두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조금 나은 생각으로는 월급날 적금 넣듯이 조금씩 우량주를 사서 모으는 방법이다.
얼핏 보면 건전하고 올바른 투자자의 자세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주식 세계에서는 매매를 통해 돈을 버는 자 만이 승리자로 인정받는다. 아무리 올바른 관점으로 투자에 임한다고 해서 칭찬해 줄 사람도 없고 오히려 실패자로 불리게 되는 게 이 곳 주식시장이다. 일단 두 개의 차트를 보기로 하자.
위 그림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월봉차트다. 말 그대로 10년 전, 20년 전 사놓고 묻어두었다면 투자금의 가치는 몇 배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결과론 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거다.
많은 투자자들이 선망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나 또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는 보장과 믿음만 있다면 집 팔고 차 팔고 소팔 고도 모자라 월급의 절반 이상으로 꼬박꼬박 적금 붓듯이 넣을 거라 생각한다. 흔히들 주식의 앞날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어이없을 정도로 바른말이다. 하지만 투자자 본인의 경제적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한다. (차트를 보는 순간 기대수익에 취해있기 때문에 사실 거기까지 생각할 정신이 없다.)
기업가치는 항상 변화한다.
기업가치는 고정되어 있는 데이터가 아니다. 잠시의 쉼도 없이 변하는 차트처럼 기업가치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오늘 기업가치(수치상)가 좋은 종목이라고 해서 내일 좋으라는 보장도 없다.
기업가치를 정말 제대로 보려면 꼼꼼한 재무분석은 기본이고 회사가 나가는 방향과 국가의 정책 심지어 세계적인 동향까지 접목을 시켜야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산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증권사 리포트의 기업가치는 단순히 산술적인 자료이고 투자자의 심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껍데기 데이터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신뢰할 만한 데이터이기도 하다. 사실상 10년 20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존재한다면) 주식투자 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좀 더 고차원적인 삶을 살지 않을까?
지금도 우량주 가치투자는 주식투자에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종합주가지수가 올라있을 때 나오는 말이다. 경기침체로 코스피가 바닥을 향할 때는 가치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기도 한다.
경험에 근거한 믿음
10년 이상 주식투자를 했거나 주식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그 얘기가 그 얘기 같을 거다. 나도 간혹 같은 뉴스를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든지 반대로 급락을 해도 별 감흥이 없다.
내가 가진 주식이 70% 이상 손해를 보고 있어서 초연할 수 있는 이유는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언젠간 오를 거라는 경험적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량주 찾는 의외의 간단한 방법
우량주를 찾는 방법은 대체적으로 쉽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잘 정리된 목록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개된 자료는 작성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진정한 우량주는 본인 스스로 골라내야 한다.
이미 '우량'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자료도 100% 신뢰해서는 안된다. 종목을 필터링하는 과정이 어렵다면 '우량주'와 관련된 키워드로 구글링 해 보시길 바란다. 대부분 우량주에 대한 기준이 비슷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우량주 선정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우량주라는 의미는 현재의 상태를 의미하므로 지금의 우량주가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는 근거 없는 판단은 하지 않으시길 당부드린다.
가치투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그렇다면 우량주는 찾았는데 이 종목을 가지고 어떻게 가치투자를 할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가치가 떨어졌을 때 매집해서 가치가 높을 때 팔면 된다.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다면 반성하시기 바란다. 말 같잖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많은... 아니 대부분의 내가 찾은 우량주는 주가가 매우 높은 곳(과거에 비해)에 위치해 있다는 걸 경험할 것이다. 정말 운 좋게 한 종목 고르게 되었는데 여기에 투자하게 되면 말 그대로 몰빵 투자가 된다.
아무리 기업가치가 높고 전망이 좋은 회사라 하더라도 현재 단 한 종목만 가지고 있는 내 계좌가 마이너스라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가 힘들어진다. 최소한 두종목 세종목 정도는 나눠서(전혀 섹터가 다른) 투자하시길 권유드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우량주인 데다가 재무상태가 완벽한 종목이라면 매수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까다롭다. 우량주 가치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시점에 들어가서 물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그리고, 우량주에 재무상태가 좋은데 주가가 많이 빠져 있다면 심각하게 의심해 봐야 한다.
저평가인 경우 분명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 이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의 초점이 된다. 숨겨진 문제를 찾을 수 있다면 좋은 매수 기회를 잡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투자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코스피 대형주나 중형주의 경우 거시적 관점으로 차트와 기업가치를 병행해서 보면 주가 순환을 엿볼 수 있다. 많은 변수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자세히 분석해 보면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의 명확한 순환이 드러나는 종목을 좋아한다. 즉, 우량주 가치투자는 아닌 셈이다. 관심종목을 많이 보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주식이 제각각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순환주기라면 심심하지 않게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량주 가치투자라고 해서 마냥 쉽고 마음 편한 것은 아니다. 단기매매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냥 좋은 기업에 투자해서 묻어두는 방식은 투자자의 정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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