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은 예술
손절은 주식 매매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손절하지 못하면 절대 주식투자를 해서는 안 되며 주식고수는 손절에서 판가름되고 손절만이 깡통으로 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스킬이라는 등 손절에 대한 수많은 조언과 가이드가 존재한다.
오죽하면 '매수는 기술이고 손절은 예술'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때문에 주식을 시작하는 많은 초보 투자자분들 일단 이론적으로는 손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주식을 시작한다...(대부분이지만 가끔 "손절이 뭐야?"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 만나면 순간 당황하게 된다.
손절이라는 말이 이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바탕에는 주식 매매법 중 손절을 필요로 하는 기법들이 많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단기매매(스켈핑, 단타, 스윙 등)에 있어서 손절은 필수적인 조건이다.
손절은 말 그대로 손해를 감수하고 현재의 가격에서 보유한 주식을 모두 팔고 나오는 것이다.(포지션 청산이라고도 부른다.) 처음 몇 번의 손절은 초보 투자자로 하여금 뿌듯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 어렵다는 손절을 스스로 했으니 말이다. (사실은 내가 그랬었다. 손절하지 못하면 주식하지 마라고 배웠으니까...)
손절의 함정
문제는 손절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손절하는 방식까지도 어떻게 해서 배웠는데... 정확하게 어느 시점에서 손절을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무턱대로 매수가 대비 3%, 5%, 10% 하락 이런 식으로 스스로 정해서 손절하는 것을 보았다. 이 방법은 아주 잘못된 방법이다.
손절가에 대한 논리적이고도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손실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한다. 손절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더 이상의 하락을 예측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쯤 경험해 보셨겠지만 내가 손절하고 나면 그 주식은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손절에 대한 회의감이 들게 되고 손절의 신뢰감마저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손절 폭을 크게 잡는 더 큰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손절로 인해 손실된 투자금의 만회하기 위한 수익률에 대해 언급해 보겠다. (계산하기 번거로워 수수료는 제외하고 표면적인 금액만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손실회복을 위한 실제 목표수익률
만일 A종목에 1,000만 원을 투자했을 때 손절가를 5% 잡고 손절했을 때 손실금액은 -50만 원이다. 그러면 회수한 투자금액은 950만 원이 될 것이다. 950만 원을 다시 1,000만 원으로 만들려면 50만 원이 필요한데, 950만 원으로 50만 원을 벌려면 5.3%의 수익이 있어야 한다.
수익률 5.3%는 크게 부담 없어 보인다. (실제 체감 수익률과는 반비례한다. 엄청 부담된다는 말이다.) 손절가를 조금 넓게 잡아보자...
같이 A종목에 1,000만 원을 투자했을 때 손절가를 10% 잡고 손절했을 때 손실금액은 -100만 원이다. 그러면 회수한 투자금액은 900만 원이 될 것이다. 이 900만 원을 다시 1,000만 원으로 만들려면 100만 원이 필요한데, 900만 원으로 100만 원을 벌려면 11.1%의 수익이 있어야 한다. (물론 수수료는 계산에 넣지 않았다.)
실제 매매하시는 분들 중 스스로 손절가를 30%까지 잡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아래 표를 참고하여 '손실 만회 수익률'을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투자금 | 손절가(%) | 손실액(만원) | 회수금(만원) | 만회를위한수익률(%) |
1,000만원 | 20 | 200 | 800 | 25 |
1,000만원 | 30 | 300 | 700 | 42.9 |
1,000만원 | 40 | 400 | 600 | 66.7 |
1,000만원 | 50 | 500 | 500 | 100 |
1,000만원 | 60 | 600 | 400 | 150 |
1,000만원 | 70 | 700 | 300 | 233 |
1,000만원 | 80 | 800 | 200 | 400 |
1,000만원 | 90 | 900 | 100 | 900 |
1,000만원 | 95 | 950 | 50 | 1900 |
손절률을 30% 이상 잡는 건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느끼실 것이다. 운이 좋아서 상한가 한두 방이면 가뿐하게 회복이 되겠지만 내가 가진 종목에서 상한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애당초 마음먹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사실 말이 손절이지 실제 손절하려고 매도 버튼에 손가락을 올리는 순간은 내 손가락 절단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정신적 대미지를 입는다고 볼 수 있다. 50% 이상은 손가락이 아니라 손모가지를 절단하는 고통을 수반한다. 돈을 잃고도 초연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타짜' 기질을 가진 위대한 투자자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주식투자는 심리전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주식투자는 [ 심리 7, 기술 2, 운 1 ]이라고 본다. 나의 경우 손절가를 지정하지 않는다. 장기투자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손절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종목은 선택한다.
처음에는 손절가를 철저하게 지키면서(단기, 스윙매매로 인해) 주식 매매를 했지만 아무리 스탑로스를 활용하고 예약매매로 활용한다고 해도 직장생활과 같이하기에 부담이 너무 컸고 수익 + 스트레스 대비해 수익이 변변찮았기 때문에 3년 만에 장기투자로 돌아섰다. 결과적으로 단기매매는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단기 매매했을 때 계좌는 뒤죽박죽 정리도 안되고 계획 세우기도 어려웠지만 장기투자를 하면서 아직 단 한 번도 손실 확정된 종목은 한 종목도 없다. 물론 계좌에는 평균 -30%의 주식이 남아있고 거래 정지된 종목도 두 개나 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모든 종목이 상폐가 된다고 해도 결국 내 계좌는 + 이기 때문에 아쉬움 같은 건 없다. (앞서 한번 언급한 포스팅이 있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려고 한다. 블로그의 다른 글들을 뒤적뒤적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시 손절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무리하겠다.
수익이든 손절이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손절에는 기대수익과 마찬가지로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내가 왜 이 가격에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는지, 충분히 검토하고 확인한 사항인지, 단지 금액 때문은 아닌지, 손절 후 주가의 방향에 대해 어떤 자세로 대할 것인지 등 스스로 차트를 만들어서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손절 후 해당 종목을 관심종목에서 삭제하지 말고 향 후 방향에 대한 체크를 해야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손절 후 주가가 오르면 "계속 들고 있었어야 했어~", 주가가 계속 빠지면 "역시 옳은 판단을 했어 다행이야~"에서 그치고 만다.
그러면 진짜 손절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전자의 경우 다음번 매매에 있어서 과거의 반등을 기억하고 손절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가게 되고 후자의 경우가 반복되면 손절로 인한 손실금액에 대해 무감각해지기 시작한다.
손절 후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비로소 매매를 마쳤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 과정이 어렵고 귀찮고 복잡하고 번거롭고 머리 아파서 포기했다.) 주식의 방향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예측은 가능하다. 예측의 확률을 높이는 게 투자자의 의무이고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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